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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적용시험이란 무엇인가? — 화장품 광고의 '4주 30% 개선'은 어떻게 나온 숫자인가
인체적용시험이란 무엇인가?
인체적용시험이란 화장품의 표시·광고 내용을 증명할 목적으로, 해당 화장품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 또는 연구를 말한다. 식약처 고시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에 관한 규정」 제2조에 있는 법적 정의다. 같은 조는 배양접시, 인체에서 분리한 피부, 인공피부 같은 인위적 환경에서 하는 시험을 '인체 외 시험'으로 따로 구분한다.
판매자 작성 콘텐츠 고지 — 본 콘텐츠는 기미크림 판매사인 주식회사 로아델(스킨케어랩 운영사)이 작성했습니다. 본문의 시험 설계 사례는 자사가 실제 보유한 인체적용시험 성적서입니다.
이 제도의 뿌리는 화장품법 제14조의 표시·광고 실증제다. 판매자는 자기가 한 광고 중 사실과 관련한 사항을 스스로 실증할 수 있어야 하고, 식약처장이 요청하면 15일 이내에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못 내면 광고 중지명령을 받는다. 실증자료로 인정되는 시험결과는 인체적용시험 자료, 인체 외 시험 자료, 또는 같은 수준 이상의 조사자료이며, 이와 별도로 표본 설정·질문 설계가 적정한 소비자 조사결과나 전문가집단 설문조사 같은 조사결과도 실증자료로 인정된다.
기능성화장품 제도와는 층위가 다르다. 기능성화장품 심사는 판매 전에 효력시험자료와 인체적용시험자료로 유효성을 입증받는 사전 제도이고, 광고 실증은 사후 입증 제도다. 다만 두 제도 모두 인체적용시험 실시기준으로는 같은 고시를 준용한다. 참고로 미백 기능성화장품이 표시할 수 있는 문구 자체가 법적으로 '피부 미백에 도움을 준다'까지로 한정되는데, 표시 범위의 상세는 색소 연고 비교 글에 정리해 두었다.
이 대목에서 이해관계를 한 번 더 밝힌다. 이 글은 기미크림을 파는 회사가 쓰고, 아래에서 사례로 여는 성적서는 자사 것이다. 우리 시험도 이 글이 설명하는 설계 한계를 그대로 갖고 있다. 효능 자랑이 아니라 판매자의 자기 한계 공시로 읽어 주기 바란다.
'4주 만에 30% 개선'은 어떤 절차로 나온 숫자인가?
광고에서 흔히 보는 "4주 만에 30% 개선" 같은 문구는 — 이 숫자는 어느 제품과도 무관한 가상의 값이다 — 대개 피험자 모집, 일정 기간 도포, 기기 측정, 통계 검정이라는 네 단계를 거쳐 나온다. 시험은 국내외 대학이나 화장품 전문 연구기관에서 해야 하고, 5년 이상 경력자의 지도·감독, 헬싱키 선언에 따른 윤리 원칙, 피험자 서면동의가 요구되며, 최종보고서에는 통계적 유의성의 계산 과정이 반드시 들어간다.
식약처의 미백 기능성화장품 유효성평가 가이드라인은 유효데이터 20명 이상을 최소선으로 두고, 대조군은 '사용하는 경우' 이중맹검을 원칙으로 한다. 즉 대조군 자체는 의무가 아니다.
자사 성적서 하나를 열어 보자. 효능 인체적용시험 성적서 A는 ㈜한국피부과학연구원에서 41~64세 성인 여성 21명(평균 51.52세)을 대상으로, 대조군 없는 단일군 설계로 2주간 1일 2회 도포하게 한 시험이다.
기미·잡티·주근깨는 전안촬영시스템 DermaView로, 오래된 짙은 기미 면적은 ANTERA 3D로 기기 측정했고, 사용 전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관찰됐다(기미·잡티·주근깨 p=.035, 짙은 기미 면적 p<.01). 시험 기간 중 피부 이상반응은 없었다. 이것이 사실의 전부이고, 이 결과의 해석에 어떤 한계가 붙는지가 이 글의 본론이다.
성적서에서 가장 먼저 볼 것은 무엇인가?
표본 크기와 대조군이다. 개선율 퍼센트보다 먼저 "몇 명을, 무엇과 비교했는가"를 봐야 한다.
대조군이 없는 단일군 시험은 제품 효과와 다른 요인을 구분하지 못한다. ICH E10 가이드라인이 정리했듯 플라시보 대조군은 자연 경과와 평균으로의 회귀, 피험자·시험자의 기대, 시험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의 효과를 통제하는 장치다. 평균으로의 회귀는 자연 변동을 실제 변화처럼 보이게 만들고, 관찰받고 있다는 인식만으로 행동이 달라지는 호손 효과도 실증돼 있다.
자외선 노출 부위의 색소는 계절만으로도 상당히 변동한다. 기미가 생기는 원인 자체가 자외선·호르몬 등 외부 요인과 얽혀 있어서, 대조군 없이는 이 변수들을 걷어낼 수 없다. 무작위 대조군 시험이 효과성 연구의 표준으로 불리는 이유가 이것이다.
표본 21명은 가이드라인 최소선(유효데이터 20명)을 갓 넘긴 규모다. 소표본 연구는 참 효과를 놓치기 쉬울 뿐 아니라, 유의한 결과가 나와도 효과 크기를 과대추정하는 경향이 있다. 자사 시험도 단일군 21명이므로 이 한계를 전부 공유한다. 참고로 의약품 임상시험은 약사법 제34조에 따라 식약처장의 사전 계획 승인이 의무이지만,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에는 그런 사전 승인 절차가 없다. 같은 '사람 대상 시험'이어도 규제 수준이 다르다.
시험 기간 2주는 충분한가?
표피가 한 번 교체되는 주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간이다. 인간 표피의 턴오버 타임은 실측 데이터 재계산 기준 47~48일로, 2주(14일)는 그 3분의 1도 안 된다.
그래서 단기 시험에서 잡히는 변화는 색소 대사의 완결된 변화라기보다 초기 신호에 가깝다. 반대로 시험을 길게 끌면 계절에 따른 자외선 노출 변화가 교란 변수로 들어온다. 12개월 추적 연구에서 자외선 노출 부위 색소는 계절에 따라 크게 변한 반면 차단된 부위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짧으면 짧아서, 길면 길어서 각각 다른 해석 조건이 붙는 셈이다. 자사 시험의 2주(2023년 9월 실측정)도 '2주 시점의 기기 측정값 변화'라는 뜻 이상으로 늘려 읽으면 안 된다.
기기 측정 수치는 눈에 보이는 변화와 같은가?
같다고 보장할 수 없다. 기기는 눈에 보이기 전 단계의 변화까지 잡아내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전안촬영시스템은 표준광·자외선·교차편광 조명을 조합해 스팟, 갈색 반점 등 여러 항목을 시각화하고, ANTERA 3D는 7개 파장 LED와 다중분광 분석으로 멜라닌·헤모글로빈을 정량한다. ANTERA 3D는 검증 연구에서 멜라닌 민감도·재현성이 우수하다고 평가된 장비다. 즉 기기 측정 자체는 신뢰할 만한 방법이다.
문제는 해석이다. 같은 항목이라도 기기마다 값이 일치하지 않아 서로 다른 기기의 수치는 호환되지 않고, 사람 눈이 얼굴 피부색 차이를 알아채는 문턱은 색차 ΔE*ab 약 1.5 수준이어서 그 아래의 변화는 기기에는 찍혀도 절반 이상의 사람이 지각하지 못한다. 실제로 한 비교 연구에서는 기존 영상 장비의 색소 측정값이 피부과 전문의의 임상 점수와 유의한 상관을 보이지 않았다(같은 연구에서 신형 장비는 중간 수준의 상관에 그쳤다). '기기상 유의한 변화'와 '거울에서 보이는 변화'는 다른 층위라는 뜻이다.
p=.035는 무슨 뜻인가?
"효과가 있을 확률이 96.5%"라는 뜻이 아니다. p값은 '효과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이런 데이터가 나올 법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일 뿐, 가설이 참일 확률도 결과가 우연일 확률도 측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통계학회(ASA)의 공식 입장이다.
두 가지를 더 구분해야 한다. 첫째, 유의성은 효과 크기가 아니다. 표본이 크면 아주 작은 차이도 유의해진다. 2만 명 넘는 아스피린 연구는 p<.00001이었지만 위험도 차이는 0.77%에 불과했다.
둘째, p=.035처럼 0.05에 가까운 경계값은 약한 증거다. 낙관적인 가정에서도 p=0.05 수준의 결과가 거짓 양성일 위험이 약 26%로 계산된다는 연구가 있고, 소표본에서 나온 유의한 결과는 효과가 부풀려져 보이는 '승자의 저주' 경향까지 겹친다. 자사 성적서의 p=.035와 p<.01도 '둘 다 유의'가 아니라 증거 강도가 다른 두 결과로 읽는 것이 정확하다. 통계학계는 아예 유의/비유의 이분법을 은퇴시키자고 요구하는 중이다.
자극 시험·더마테스트 인증은 효능 근거인가?
아니다. 둘 다 안전성·적합성을 보는 시험이지 효능 시험이 아니다.
자사 성적서 B는 성인 여성 35명에게 24시간 첩포 후 30분·24시간·48시간 시점에 판정한 피부 일차 자극 시험으로, 평균 피부반응도 0.00 — 해당 시험 판정 기준표상 가장 낮은 등급(무자극 범주) — 에 해당했다. 이는 해당 첩포 조건에서 '자극 반응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안전성 자료이지 색소 관련 효능의 근거가 아니다. 첩포시험은 실사용보다 훨씬 강한 조건(폐쇄 부착)으로 자극·감작 가능성을 보는 절차이고, 국제 표준인 인체반복자극첩포시험(HRIPT)도 같은 목적의 안전성 시험이다. 이런 판정 결과가 있더라도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표현은 식약처 지침상 금지 표현이라는 점도 덧붙인다.
성적서 C는 독일 Dermatest GmbH의 시험(30명, 성적서 번호 ST-ET-2024-00072)에서 피부 적합성 'excellently' 평가를 받은 것인데, 이 역시 피부 적합성(내약성) 시험이지 효능 검증이 아니다. Dermatest 기본 인증 자체가 최소 30명 첩포에서 이상반응이 없는지를 보는 구조다. 광고에서 '더마테스트 인증'이 효능 근거처럼 배치돼 있다면 시험의 종류를 잘못 연결한 것이다. 애초에 화장품이 할 수 없는 영역은 시험을 아무리 쌓아도 화장품의 것이 되지 않으며, 그 너머는 의사·약사의 영역이다.
광고 숫자, 소비자는 어떻게 읽어야 하나?
개선율이 아니라 설계를 먼저 읽으면 된다. 순서는 다섯 가지다.
1. 몇 명인가. 유효데이터 20명은 최소선이지 충분한 수가 아니다.
2. 무엇과 비교했는가. 대조군 없는 '사용 전 대비'는 자연 변동·기대 효과가 섞인 값이다.
3. 며칠 쟀는가. 표피 교체 주기 47~48일보다 짧은 시험은 초기 신호다.
4. 무엇으로 쟀는가. 기기 수치는 육안 체감과 다른 층위다.
5. 유의성과 효과 크기를 구분했는가. p값만 있고 효과 크기·신뢰구간이 없다면 절반만 보고한 것이다.
이 다섯 가지를 통과한 숫자만이 비교할 가치가 있다. 나머지 판단은 성분 단위의 근거 — 예컨대 나이아신아마이드의 임상 근거 — 와 성분표를 직접 확인하는 법으로 보완하면 된다. 그리고 시험성적서가 '만들어진 숫자'를 읽는 법이라면, 구매자 후기라는 '쌓인 숫자'를 읽는 법은 자매편인 리뷰 3,000건 분석 글에서 다뤘다. 두 글을 짝으로 읽으면 광고 페이지의 숫자 대부분을 스스로 해석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인체적용시험과 의약품 임상시험은 무엇이 다른가?
의약품 임상시험은 약사법 제34조에 따라 식약처장의 사전 계획 승인과 지정 기관 실시가 의무다.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에는 그런 사전 승인 절차가 없고, 고시가 정한 시험기관·경력자 감독·윤리 요건을 따르는 구조다. 같은 '사람 대상 시험'이라는 말이 붙어도 규제 수준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체적용시험을 했다면 효과가 입증된 제품인가?
시험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알 수 없다. 표본 크기, 대조군 유무, 기간, 측정 방법에 따라 같은 '유의한 결과'라도 증거 강도가 크게 달라진다. 대조군 없는 소표본 단기 시험이라면 '사용 전 대비 기기 측정값의 유의한 변화'까지만 말할 수 있다.
더마테스트 인증 제품은 기미에 효과가 있다는 뜻인가?
아니다. 더마테스트 기본 인증은 최소 30명 첩포시험에서 피부 적합성을 확인하는 안전성 계열 시험이다. 색소 관련 효능은 별도의 효능 인체적용시험 실증이 있을 때, 그것도 기능성 표시 범위('피부 미백에 도움을 준다') 안에서만 말할 수 있다.
p값이 0.05보다 작으면 믿어도 되나?
p<0.05는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니다. p값은 효과의 크기를 알려주지 않으며, 0.05 근처의 경계값은 거짓 양성 위험이 상당하다는 계산도 있다. 효과 크기와 신뢰구간이 함께 보고됐는지, 표본이 충분한지를 같이 봐야 한다.
소비자가 시험성적서를 직접 볼 수 있나?
성적서 전문이 공개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실증 책임은 법적으로 판매자에게 있다. 광고 페이지에 시험기관, 인원, 기간, 측정 방법, p값이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이 정보가 아예 없는 개선율 숫자는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 안전하다.
참고 문헌
-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에 관한 규정 —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국가법령정보센터
- 화장품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 화장품법 시행규칙 — 국가법령정보센터
- 기능성화장품 심사에 관한 규정 —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국가법령정보센터
- 화장품 표시·광고 내용의 실증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법제처)
- 약사법 제34조(임상시험의 계획 승인 등) — 국가법령정보센터
- 피부의 미백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화장품 유효성평가 가이드라인 — 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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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riginal Dermatest seal of approval — Dermatest GmbH
- 5-Star Seal — Dermatest GmbH